일본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2주째가 되어버린 날이었습니다. 전날 예상치 못하게 많이 걷게된 바람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날은 히로시마에서 후쿠오카로 건너가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히로시마 원폭 돔을 구경하고 나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체크인을 하고 나서, 히로시마 원폭 돔으로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거리가 1.5km라서 뭔가를 굳이 타고가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습니다.
카프, 카프, 이렇게 트램에도 카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승한 지역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같아서 많이 부러웠습니다. 트램에도 '2016년 센트럴리그 우승팀 히로시마 도요카프'를 새겨넣어 놓았습니다.(롯데는 언제쯤...) 평일이라 그런지 아침에 출근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과는 동선이 정반대여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저를 쳐다보는 기분이 좋지도, 그렇지도 않은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히로시마 원폭 돔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히로시마 원폭 돔은 외부 조형물이기 때문에, 입장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꽤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섰는데, 이미 상당히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습니다. 히로시마 원폭 돔은 특히 미국인들이 일본에 오면 들르는 곳이라고 합니다.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전, 이곳은 히로시마 상업전시관으로 이용되던 건물이었습니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 곳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습니다. 제가 이 건물에 대해서 가장 의문을 가졌던 점은 '왜 이 건물만 형태가 남아있을까?'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이후에 방문했던 히로시마 평화기념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원자폭탄이 이 건물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 터졌기 때문입니다. 이 건물은 그래서 충격을 수직으로 받았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형태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정말 참혹했습니다. 여러분도 물론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그 당시에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건물을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 쉽게 짐작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반대편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강가방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근처에는 수많은 단체관광객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분들이 많았는데, 이 건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다들 했는지 궁금합니다.
1996년 원폭 돔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당시에 많은 나라들이 이에 대해서 반대를 했습니다. 크게 반대한 두 나라는 중국과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더 크게 반대를 하였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적지 않아도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끝내 조사보고서의 '세계에서 처음 사용된 핵무기'라는 기록을 지워버렸습니다. 중국 또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미비하다는 점을 문제삼아 반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가 되었으며, 일본은 이를 통해 '피해자'라는 사실을 모든 곳에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전쟁의 심각성에 대해 느껴보려고 방문했지만, 나중에는 일본의 인식에 대해 상당한 불쾌함만 생겼습니다.
원폭 돔의 붕괴를 막기 위해 내부에 철골을 저렇게 설치했습니다. 2,3년 주기로 지속적으로 보수를 한다고 합니다.
원폭 돔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었습니다. 한국어로도 적혀있었지만, 너무나 지나치게 일본입장으로 기술이 되어있어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여러분들도 히로시마에 방문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히로시마 원폭 돔을 보고나서는 강을 건너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을 방문했습니다. 이에 대한 포스팅은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다음 포스팅을 읽으시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댓글 하나하나가 저에게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답니다.